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이후 ‘큰손’들의 옥석 찾기가 활황이다. 수급 개선 속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테마가 주된 관심사로 보였지만, 이들은 동시에 실적 개선과 우호적 사업환경이 예상되는 저평가주 발굴에도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산주와 의료기기 종목이 주로 선택받았다.
외국계 기관 움직임이 활발했다.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싱가포르 정부는 방산업체 LIG넥스원과 치과 진단 장비업체 레이에 투자했다. GIC와 싱가포르 정부는 LIG넥스원 지분을 각각 6.371%, 5.098%를 단순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최근 공시했다. LIG넥스원 주가는 올들어 34.68% 오른 상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라 방산주를 둘러싼 투심은 우호적이다. 루마니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성사된 대규모 계약 등도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레이는 GIC가 지분을 5.118%에서 6.129%로 늘렸고, 싱가포르 정부는 5.091%를 사들였다. 주가는 올들어 36.72% 하락했는데도 매수가 일어났다. 레이는 작년 영업이익이 61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줄어드는 등 실적이 부진했다. 올해 실적은 개선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레이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3% 오른 143억원을 거둘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 시장은 부진하겠지만, 유럽과 일본 시장 회복세가 점쳐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 AG는 아프리카TV 지분을 최근 7.74%까지 확보하기도 했다. 지난 1월 말 지분 5.12%를 보유한 이래로 비율을 꾸준히 늘려왔다. 트위치 철수 수혜주로 꼽힌 아프리카TV는 상반기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진출을 선언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베트남, 태국에서의 수요가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본업인 홈쇼핑은 구조적 침체 중”이라면서도 “현대퓨처넷, 한섬 등 연결 및 지분법 기업들의 실적 호조로 주가가 재평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아제강지주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투자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세아제강지주 지분 5.05%를 보유 중이라고 최근 공시했다. 철강 업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에너지용 강관은 수요가 견조했다. 강관이 주력 제품인 세아제강지주는 실적 자체가 좋았다. 작년엔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인 5909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기관은 중소형주 발굴에도 집중했다. 대표적으로 VIP자산운용은 유압실린더 업체 디와이파워 지분을 5.22% 늘렸다. 디와이파워는 시가총액이 이날 기준 1400억원대에 불과하지만, 유압실린더 아웃소싱 확대 추세로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배성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은 HD현대인프라코어 매출 부진 등에 연계돼 영업이익이 30% 줄었다”면서도 “올해 원자재 안정화, 인도 법인 흑자 전환, 고객사들 아웃소싱 확대를 통해 영업이익 가이던스를 20% 이상 상회할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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